# 타이완에 드디어 다녀왔다. 신기하게 해외여행 가면 늘 축복받은 날씨였는데(타이에서 가끔 스콜 맞긴 했지만 다 밤이었고) 이번에도 그랬다. 가기 전 확인한 일기예보는 분명히 비비비였건만, 예류 같은 데서는 날이 좋다 못해 타 죽는 줄 알았다. 화리엔 갔을 때도 살짝 흐리고 새벽에 비 오더니 타이루꺼 가려고 짐 챙겨 나오니 다시 쨍.
# 한국에서든 일본에서든 일본 사람 같다는 소리 들은 게 하루 이틀 일은 아니지만 스스로는 미묘한 이질감이 있었다.
남 들 눈에 그렇게 보인다니까 그런가 보다 하고 살았는데, 타이완에 가 보니 사람들이 뭔가 나랑 비슷해. 얘들이 몸매는 나보다 훨씬 쭉쭉 뻗긴 했지만 -.-;; 얼굴이나 분위기가 내 눈에도 내가 타이완 여자로 보이니 그 사람들도 당연히 그렇게 보겠지? 타이완에선 일본어 잘 통한다길래 영어 못해도 좀 편하게 여행하겠구나 싶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호텔, 상점, 식당 등등)이 중국어로 말 걸더라. 못 알아듣고 멍하게 있으면 열에 아홉은 얘 왜이러니 라는 표정. 다음에 갈 때는 중국어를 공부하던가 아님 "저는 중국어를 못해요"를 외워가든가 해야겠음 -0-
# 내가 봐온 대부분의 중국 사람은 전형적인 관광객들이라 기분이 업 되어 있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목소리 크고 시끄러운 이미지가 강하게 박혀있었다. 고궁박물원에서도 대륙의 단체 관광객들을 잔뜩 만났는데, 타이완 사람과 같은 민족이라고 생각되지가 않는다. 영화 속이 아니고서도 중국어를 그렇게 조근조근 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걸 처음 알았다. 한국 사람과 일본 사람 중간쯤의 텐션인 것 같다.
# 한자 문화권이라 말 한마디 안 통해도 편한 점이 많더라. 버스 노선을 그냥 볼 수 있는 것도 편했고, 화리엔에서 묵었던 민박집 주인 언니는 영어도 한마디도 못해서 결국 필담으로 의사 전달. 사용하는 한자가 좀 다르긴 해도 글자와 바디랭귀지로 의미는 대충 통하더라. 재미있는 경험이었어.
# 음식은 정말 입에 잘 맞았다. 망고빙수 같은 건 뭐 사진만 봐도 맛있어 보이긴 했지만, 일반 중국 요리가 이 정도로 잘 맞을 줄 몰랐어. 허름한 가게에서 파는 10元짜리 음식부터 레스토랑 요리까지 뭐 하나 맛 없는 게 없더라. 내 취향인 "탄수화물은 거들 뿐"인 음식이 많은 것도 정말 좋았고 특히 우육면이랑 야채요리에 완전 반했다. 외식이 기본인 나라라 그런지 자극적이지 않은 음식이 많은 것도 마음에 들었다. 여행 내내 정말 많이 먹고 다니면서 살짝 걱정도 되었는데, 은근슬쩍 야채를 많이 섭취해서 그런가 일단 몸도 계속 가뿐했고 집에 와서 재 보니 몸무게 변동도 거의 없더라. 아- 다시 밥 해먹고 살 생각 하니 암담하군 ㅋㅋ
# 태풍 때문에 아리산 철도가 운행 중지되어서 어쩔 수 없이 가게 된 타이루꺼 협곡. 사실 사진들 봐도 그냥 산이지 싶고 별로 땡기지 않았었는데 직접 보니 장난 아니더라. 사진 꽤 많이 찍어왔는데 지금 보니 다 그냥 산 같다. 역시 그 느낌을 잡아내기는 무리였어ㅎㅎ 태풍 덕분에(?) 생각지 않던 타이루꺼를 보게 되어서 다행이다.
아래 사진은 투어 막바지에 들렀던 바다에서 한 장 찍은 것. 이 바다는 태평양이다. 예류도 여기도 동쪽인데 물이 환상적으로 깨끗했다. 근데 시게루의 믿거나 말거나 통신에 의하면 서쪽 바다는 대륙에서 흘러오는 폐수들 때문에 상당히 더럽다고...
언니 글 보니까 또 타이완이 확 땡기네 ㅎㅎㅎㅎㅎ